본문 바로가기
정보/건강

먹어도 되는 곰팡이 치즈

by angel_0 2025. 7. 9.
728x90
반응형

 

 

 

 

곰팡이 치즈는 왜 먹어도 될까?

— 부패가 아닌 발효, 치즈 속 미생물의 세계

곰팡이라면 대부분 사람들은 “썩었다”, “버려야 한다”는 생각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브리, 고르곤졸라, 까망베르 같은 치즈를 생각해보자. 하얗고 부드러운 표면이나, 파랗게 핏줄처럼 퍼진 곰팡이는 오히려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대체 이 곰팡이들은 왜 먹어도 되는 걸까?
어떻게 만들어지고, 이 치즈의 특별한 맛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이번 글에서는 곰팡이 치즈의 기원부터 과학적 원리, 풍미의 비밀까지 하나씩 탐험해본다.


 

 

 

1. 곰팡이 치즈의 기원은 어디서 왔을까?

곰팡이 치즈의 역사는 중세 유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위스, 영국 등의 습윤한 지역에서는 동굴이나 지하 저장고에서 치즈를 오래 숙성시키는 문화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곰팡이가 생기곤 했다.

대표적인 블루치즈의 하나인 로크포르(Roquefort)는 프랑스 남부의 동굴에서 우연히 발견된 곰팡이로부터 유래되었다. 목동이 바위 틈에 놓고 잊어버린 치즈가 파란 곰팡이로 뒤덮였지만, 그것을 먹어보고 오히려 풍미에 감탄한 것이 시초였다.

즉, 곰팡이 치즈는 ‘우연한 발견’에서 시작되었지만, 이후 수백 년에 걸쳐 미생물학적 지식과 발효 기술로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2. 곰팡이는 어떻게 치즈에 들어가는 걸까?

곰팡이 치즈는 단순히 시간이 지나서 생기는 게 아니다. 이는 매우 정교한 생명공학과 발효학적 조작의 산물이다.

● 주요 곰팡이 균주

곰팡이 이름 대표 치즈 특징

Penicillium camemberti 브리, 까망베르 흰 겉껍질을 만들고 속은 부드럽게 녹임
Penicillium roqueforti 고르곤졸라, 로크포르 내부에 푸른 곰팡이 선형 발생, 강한 향
Geotrichum candidum 크로미에, 생마르셀랭 등 부드러운 산성 풍미와 숙성 가속화

● 제조 방식

  1. 응유(coagulation): 우유에 렌넷(효소)을 넣어 단백질 응고
  2. 배수 및 성형: 수분 제거 후 형태를 만들고 소금 뿌림
  3. 곰팡이 접종: 곰팡이 포자를 표면에 뿌리거나, 치즈 내부에 주사하거나, 배양된 곰팡이균을 우유에 직접 혼합
  4. 숙성(Maturation):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며 수주~수개월 발효

이 모든 과정은 곰팡이의 생장 조건—온도, 습도, 공기 접촉 상태—에 따라 철저히 조율된다.


 

 

 

 

3. 왜 치즈의 곰팡이는 먹어도 되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곰팡이는 유해하다’고 알고 있지만, 모든 곰팡이가 해로운 것은 아니다.

● 유해 곰팡이 vs 유익 곰팡이

  • 유해 곰팡이: Aspergillus flavus, Fusarium 등은 아플라톡신 같은 독성 물질 생성
  • 유익 곰팡이: Penicillium roqueforti, P. camemberti 등은 독성 없음 + 항균 효과 있음

이 곰팡이들은 오히려 병원성 세균의 성장을 억제하고, 유통 중 안전성을 높이는 역할까지 한다.
또한, 이 균주들은 수백 년간 식품용으로 선별된 ‘GRAS (Generally Recognized As Safe)’ 등급 미생물이다.

요약하자면,
"곰팡이가 위험한 게 아니라, 어떤 곰팡이냐가 핵심"이다.


 

 

 

 

4. 치즈의 독특한 ‘맛’은 어디서 오는 걸까?

곰팡이 치즈의 풍미는 그저 곰팡이 냄새만이 아니다. 이는 복합적인 미생물 대사 산물의 조화다.

● 곰팡이가 치즈의 맛을 바꾸는 방식

  1. 단백질 분해 (Proteolysis)
    곰팡이 효소가 치즈 내 단백질을 펩타이드 및 아미노산으로 분해
    → 감칠맛, 숙성된 깊은 맛 발생
  2. 지방 분해 (Lipolysis)
    유리지방산 생성 → 고소한 향, 때로는 ‘동물성’에 가까운 진한 향
  3. 암모니아 생성
    표면 곰팡이가 단백질을 분해하면서 암모니아 방출
    → 까망베르 특유의 진한 냄새 유발
  4. 이소발레르산, 메틸케톤, 유기산 등
    곰팡이 대사과정에서 생성되는 수많은 휘발성 화합물 → 특유의 향미

즉, 치즈 맛의 핵심은 곰팡이 자체가 아니라, 곰팡이의 "분해 효소와 대사산물"이 만들어낸 복합 풍미이다.


 

 

 

 

5. 곰팡이 치즈는 누구에게나 좋은가?

대부분의 사람에게 안전하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는 주의가 필요하다.

  • 면역력이 매우 약한 환자 (예: 이식 수술 후, 항암치료 중)
  • 임산부: 리스테리아균 감염 가능성(특히 살균되지 않은 원유 사용 시)
  • 곰팡이에 알레르기 있는 사람

그 외에는, 적당량 섭취 시 건강상 큰 문제는 없으며, 단백질, 칼슘, 프로바이오틱스가 풍부한 발효 식품으로 간주된다.


 

 

 

결론

곰팡이는 부패와는 다르다. 치즈 속 곰팡이는 유해균을 억제하고, 치즈를 성숙하게 만들며, 그 속에 감칠맛과 향의 우주를 빚어내는 조용한 장인이다. 우리가 곰팡이 치즈를 먹는다는 것은, 단순한 유제품을 넘어 미생물과 인간의 공생 역사와 과학의 결실을 함께 음미하는 행위다.

다음에 브리 치즈 한 입을 입에 넣을 때, 그 겉을 덮은 하얀 곰팡이를 다시 보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는 두렵지 않다. 그건 부패가 아니라, 절정의 발효 예술이니까.


 

728x90
반응형

댓글